"강남도 예외 없다"…입주 단지마다 '역전세난' 공포

입력 2022-11-29 10:32   수정 2022-11-29 10:33


신규 입주 단지가 서울 역전세 현상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대량의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강남에서 마저도 '반값 전세'가 등장하고 있다. 거듭되는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이 쉽지 않은데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 800건에 가까운 전세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3375가구 규모인 이 단지에서 이날까지 나온 전세 매물은 전체 가구 수의 23%에 달하는 777건에 이른다.

내년 3월부터 입주가 예정됐기에 아직 본격적인 입주장이 시작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초반부터 '치킨게임'이 벌어졌다는 게 인근 개업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개포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이 많은데, 정작 전세를 살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매물 적체가 심해지다 보니 전용 59㎡ 전셋값은 이달 초에 비해 절반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강남 전용 59㎡ 신축 전셋값도 반토막…심해진 입주장 역전세난
이 단지 전용 59㎡ 전세 호가는 이달 초 13억원 내외였지만, 최근 6억8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인근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가 지난 6월 12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반값' 수준인 셈이다. 전용 84㎡ 역시 인근 시세에 맞춰 17억원 내외였던 전세 호가가 9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주변 전셋값도 끌어내리고 있다. 길 건너 위치한 '개포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59㎡ 전세 호가는 이달 초만 하더라도 12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8억원까지 낮아졌다. 전용 84㎡ 전세 호가도 17억원에서 13억5000만원으로 수직 낙하했다.

인근 중개사들은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발 역전세난이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개업중개사는 "당초 2월 말부터 4월 말까지 입주가 예정됐지만, 역전세난을 감안해 입주시기가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로 한 달 미뤄졌다"며 "물량도 워낙 많고 시장도 얼어붙었다. 지금 분위기라면 입주시기에는 전셋값이 1억원 정도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수요자들의 전세 기피도 지속되고 있어 한 번 떨어진 전셋값이 쉽게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포구에서도 신규 입주 단지가 역전세난의 진원지가 됐다. 오는 30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아현동 '마포더클래시'는 전체 1419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82가구가 전세 매물로 나와 있다. 입주장이 본격화한 지난 16일에는 전세 매물이 726건에 달했는데, 호가가 급락하며 계약이 이어져 매물이 줄었다.

마포더클래시 전세 호가는 전용 59㎡ 5억원, 전용 84㎡ 6억원 수준에 형성됐다. 입주장 초기 전세 호가는 전용 59㎡ 8억원, 전용 84㎡ 11억원이었지만, 역전세난에 집주인 간의 경쟁이 벌어지며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인근 시세도 동반 하락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 전셋값은 8억원 내외에서 5억5000만원까지 떨어졌고 전용 84㎡ 역시 11억원 내외에서 7억4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아현동 개업중개사는 "거래 절벽에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돌리는 집주인도 적지 않다"며 전세 매물 적체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세입자들은 금리 때문에 월세만 찾는다. 전세 물량은 늘었는데 시장에서 찾질 않으니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장 열린 마포·강서 전세 시장도 휘청
내달 신규 단지 입주가 시작하는 강서구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숲아이파크' 전용 59㎡ 전세는 4억원, 전용 84㎡ 전세는 5억원부터 호가가 형성됐다. 각각 7억원, 8억원이던 호가가 입주장을 앞두고 역전세난이 심화하며 3억원씩 낮아졌다. 우장산숲아이파크 역시 인근 단지 전셋값을 함께 끌어내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입주 단지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역전세난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간 공급 물량이 몰리는 입주장에서는 일시적인 전셋값 하락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문제가 생겨서다. 우선 높은 금리로 전세 수요 상당 부분이 월세로 이탈했다. 여기에 더해 2년 전 개정된 임대차법에 따라 계약갱신권을 쓴 세입자의 계약 중도해지도 가능해졌다. 통상 전세 계약은 2년 단위로 이뤄지지만, 세입자가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요구권이 생겼는데, 갱신권을 썼다면 묵시적 갱신과 마찬가지로 언제든 세입자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다"며 "입주장 등의 여파로 시세보다 수억원 저렴한 전세가 나오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을 중도 해지해 전세를 갈아타는 현상이 포착된다"고 말했다.

이어 "갑작스레 세입자가 나간 기축 아파트에서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한층 저렴한 가격의 전세가 나오고, 이 계약을 잡기 위해 다른 세입자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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